11년 만에 새 앨범 낸 윤수일 "40년 된 '아파트' 재건축, 하늘이 준 행운이죠" -2025. 4. 2.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아파트’ 열풍으로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이란 별명을 얻은 가수 윤수일(70)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2014년 발표한 24집 ‘부산의 노래’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달 17일 발매된 앨범의 제목은 ‘2025 우리들의 노래’. 로제의 ‘아파트’가 히트하기 한참 전부터 준비해온 앨범으로 10곡 모두 그가 작사·작곡한 신곡으로 채웠다. 10여 년 전부터 부산에서 살고 있는 그는 최근 본보와 전화로 만나 “밴드 멤버들과 틈틈이 만나 회의도 하고 보완도 하면서 한 곡씩 작업하다 보니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답니다.
새 앨범은 ‘꿈인지 생신지’ ‘사랑의 세레나데’ ‘살아있다는 것으로’ ‘서울나그네’ 등 중·장년 취향의 발라드가 많지만, 록에 트로트를 가미한 ‘살아있다는 것으로’ ‘때때로’, 태국 전통 악기를 활용한 ‘파타야’, 느릿한 블루스 기타 연주곡 ‘Life(인생)’도 실렸다. 느긋한 리듬 위에 인생과 사랑을 관조하는 가사가 차분하게 흐른다. “제가 부르는 노래들은 거의 제 삶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이죠. 영감이 부족할 땐 영화나 소설에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이번엔 음악적인 완성도와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제목을 ‘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로 지은 건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보편성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 이야기가 많다. 그는 “살면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며 “아파트라는 삭막한 소재에 사랑을 집어 넣었듯 사랑 없는 삶, 사랑 없는 노래는 너무 삭막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수일이 50년 음악 인생에서 즐겨 다뤘던 또 다른 주제는 ‘도시’다. 대표곡 ‘아파트’는 서울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곡으로 실연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소재로 도시의 쓸쓸한 정서를 그렸다. ‘제2의 고향’ ‘황홀한 고백’ ‘도시의 천사’ ‘방배동 연가’ 등도 ‘아파트’처럼 외로운 도시인이 주인공인 곡들이다.
시대가 흐르며 그도 바뀌었다. 한국판 시티팝의 고전 ‘아름다워’(1984)에서 “복잡한 도시를 나와/ 이름 모를 해변으로/ 우리는 함께 차를 달리네”라고 노래했던 윤수일은 이제 “한강아 남산아 너희들 잘 있느냐/ 서울을 떠나온 지 어느새 아득한 세월”(‘서울나그네’)이라며 부산 해운대에서 서울을 그리워한다. “제가 고향이 울산인데 바닷가에서 태어나서인지 바다가 좋아 부산 해운대로 왔습니다. 변화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예전엔 서울로 몰려들다가 이젠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주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 서울이 그리워지는 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윤수일은 혼혈이라는 이유로 군입대도, 공무원 취직도 불가능한 차별의 시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음악을 하겠다며 18세에 상경해 1976년 신중현 사단의 그룹 ‘골든 그레이프스’ 멤버로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그룹 ‘윤수일과 솜사탕’의 리더로 정식 데뷔했다. 데뷔 곡인 ‘사랑만은 않겠어요’를 제외한 대부분의 히트곡 가사와 선율을 직접 쓰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재능을 알렸다.
록 밴드로 시작해 비틀스나 딥 퍼플 같은 해외 밴드의 영향을 받았지만 실제로 그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배호다. 그는 “학창 시절 배호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면서 “트로트 풍으로 가면 배호를 흉내내는 것밖에 안 될 테고, 외국 음악만 따라가려 하면 대중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록을 하더라도 김치 냄새와 된장 냄새가 나는, 어떤 장르든 우리 가슴에 와닿는 음악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윤수일, 혼혈 극복하고 가수로 성공하기까지 2008. 5. 2
가수 윤수일(53·사진)이 자신의 인생을 다믄 에세이집 '길'(어문각)을 펴냈다.
1978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데뷔한 윤수일은 그 해 최고인기가요상과 신인가수상을 휩쓸며 주목받았다. 이후 밴드를 조직, 전통가요에서부터 록까지 넘나들며 7,8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 실력 못지않게 외모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던 윤수일은 혼혈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편견을 바꿔놓은 첫 번째 가수이기도 하답니다.
책은 혼혈아로서 놀림을 받던 성장기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가수로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썼다. 특히 오늘의 그를 있게 한 히트곡 '사랑만은 않겠어요'가 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랑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30년간 '제2의 고향'이었던 서울을 등지고 김포로 내려가 은둔하며 생활하는 자연인 윤수일의 모습도 담겼다. 노랫말의 원천이기도 한 자작시 모음도 있다. 시를 통해 그의 감성적인 내면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답니다